
[P. 27~28] 미스터리의 시작인 수수께끼는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좋다. 또한 가능하면 이야기의 서두에 제시되어야만 한다.
사무실에 시체가 있고 구경꾼이 주위를 둘러싼 상황이라면, “그럼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어차피 사무실과 연관 있는 사람이 범인이겠지”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사건 현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또한 읽어도 읽어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것은 정말로 미스터리가 맞나?’ 하고 점점 불안해지게 된다.
사실 모든 이야기에서 초반에 사건을 벌어지게 할 수는 없다. 무대 설명이나 등장인물 소개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프롤로그’가 있다.
많은 미스터리에서 서두에 프롤로그 파트를 두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그려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금 더 읽으면 이런 사건이 벌어집니다’는 것을 미리 알리기 위해서다.
서두에 ‘독자의 시선을 끄는 내용’을 넣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인상을 주면, 잠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자는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그런 다음 천천히, 그리고 정성껏 사건과 인물의 배경을 묘사하면 된다.
물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모든 것을 소개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프롤로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니까.
[P. 44~45] 물리적으로 아름다운 수수께끼가 있는 한편 심리적으로 아름다운 수수께끼도 있다.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범행 이유나 동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수많은 명작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왜? 그 일에 대체 어떤 의미가?’라는 소박하기는 하나 그렇기에 강렬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을 소개하겠다.
우선 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앤도버(Andover)라는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마을에서 이니셜이 A. A인 인물의 시체가 발견된다. 다음은 벡스힐(Bexhill)에서 이니셜 B. B, 그다음에는 처스턴(Churston)에서 이니셜 C. C인 인물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모든 시체 옆에는 《ABC 철도 안내서》가 남겨져 있으며, 이에 앞서 ABC를 자칭하는 인물로부터 도전장이 도착해 있다. 범행 수법을 보면 동일범 같은데, 피해자 간에 관련성은 찾을 수 없고, 범인이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중략)
이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동요나 민요 등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해당 지역 사람들이 두루 아는 것. 알파벳은 그 전형)에 비유하거나 모방하여 살인을 행하는 유형의 수수께끼’라고 본다면, ‘비유 살인’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동요 노랫말 등에 빗대어 범행 상황을 맞히기 때문이다.
동요나 시가를 소재로 한 비유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의 공놀이 노래》, 《옥문도》 등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가 유명하다. 앞서 소개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전형적인 ‘동요에 의한 비유 살인’의 예다.